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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비트보다 중요한 질문...김준영 KQC 대표, “기술은 어디에 놓일 것인가”

2026. 1. 26.

양자신문

김준영 KQC대표

양자컴퓨팅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물리학자나 엔지니어를 떠올린다. 극저온 냉각 장치, 오류율, 게이트 연산, 큐비트 숫자 같은 기술적 언어가 먼저 등장한다. 양자는 오랫동안 ‘실험실의 기술’이었고, 그 세계의 주인공 역시 과학자와 엔지니어였다.

그러나 부산에서 양자 산업의 기반을 설계하고 있는 김준영 KQC 대표의 이력은 이 통념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그는 물리학자도, 공학자도 아니다.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전공은 모두 경제학이다. 김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한다. “저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이 굴러가게 만드는 구조를 봐온 사람입니다.”

기술이 아니라 ‘구조’를 보는 사람
김 대표가 선택한 경제학, 그중에서도 산업조직론은 사람의 심리보다 구조가 행동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그는 “이 산업이 왜 이런 구조를 갖게 됐는지, 그 안에서 누가 살아남는지가 늘 관심사였다”고 말한다. 기술이 뛰어나도 구조가 없으면 사라지고, 사람이 많아도 판이 없으면 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는 이론과 현실 양쪽에서 배워왔다.
그래서 김준영 대표에게 양자컴퓨팅은 처음부터 ‘신기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는 “양자는 새로운 계산 도구였지, 이과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난해한 실험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양자컴퓨터가 더 좋은가가 아니라, 그 기술이 산업 위에서 실제로 돌아갈 수 있느냐였다. 큐비트의 숫자보다 그 큐비트가 놓일 자리, 알고리즘의 정교함보다 그것을 받아들일 산업의 준비 상태가 더 중요했다.

KQC가 설계한 ‘연산 인프라 스택’
이 질문은 현재 그가 이끌고 있는 KQC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KQC는 양자컴퓨팅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중심으로, 양자내성암호(PQC), 인공지능(AI) GPU 팜을 함께 운용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이를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설계된 ‘연산 인프라 스택’이라고 설명한다.
“양자만으로는 산업이 안 됩니다. AI만으로도 한계가 있어요. 계산을 맡기려면 기업 입장에서는 한 곳에서 다 해결돼야 합니다.”
산업 현장에서 문제는 양자 문제, AI 문제로 나뉘지 않는다. 알고리즘, 보안, 연산 자원, 데이터 처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래서 KQC는 양자 알고리즘 위에 이를 실제로 돌릴 수 있는 AI 연산 자원과 보안 인프라를 함께 쌓는 방식을 택했다.

양자내성암호(PQC)는 이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포함된 축이다. 김 대표는 “연산을 맡긴다는 것은 데이터를 맡긴다는 뜻”이라며 “보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산업도 계산을 외부에 맡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PQC를 별도 사업이 아닌 인프라의 일부로 다루는 이유다.
AI GPU 팜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양자 계산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후 단계에서 AI 연산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KQC 내부에서는 AI가 문제 공간을 탐색하고, 양자가 핵심 구간을 정밀 계산한 뒤, 다시 AI가 결과를 보정·확장하는 구조를 상정하고 있다. 이는 그가 강조하는 SQD 방식의 현실적 구현이다.

산업을 가로지르는 계산의 병목
이 구조 위에서 KQC의 적용 분야는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2차전지 양극재 조성 최적화, 신약 후보 물질 발굴, 교통·물류 최적화, 바이오·헬스 데이터 분석까지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계산이 병목이 되는 문제들이다.
김 대표는 “특정 산업을 찍어 들어가기보다, 계산이 막히는 지점을 풀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KQC는 하나의 기술 회사라기보다, 산업이 필요할 때마다 불러 쓸 수 있는 연산 기반에 가깝다.

산업조직론에서 양자까지, 구조를 읽어온 경로
김준영 대표의 커리어는 기술보다 구조를 횡단해온 기록에 가깝다. 컨설팅으로 시작해 통신, 금융, 무역, 인프라 프로젝트를 거쳤다. SK텔레콤 컨설팅 프로젝트, 네이트온 메신저 개발 참여, SK경영경제연구소 근무, 여의도 IB에서의 M&A 경험, 중국 법인장 시절까지 그는 기술·정책·자본이 한 테이블에서 결정되는 장면을 반복해서 목격했다.
특히 SME 기업들을 다루며 그는 ‘좋은 기술’보다 ‘버티는 구조’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기술력이 있어도 자금 구조, 지분 구조, 파트너 설계가 취약하면 쉽게 무너진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 프로젝트는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항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수십 개 산업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최적화의 집합체로 인식하게 됐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보면 공항은 양자컴퓨팅이 가장 먼저 쓰일 수 있는 산업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코로나, 그리고 방향의 전환
전환점은 코로나 시기였다. 해외 딜이 멈추며 기존의 연결 고리가 끊겼고, 우연히 시작한 의료 물자 무역은 미 국방부 납품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얻은 자금보다 더 크게 남은 것은 질문이었다.
“이 돈으로 다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는 이를 계기로 단기 수익이 아니라, 산업을 만드는 일에 자원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양자컴퓨팅이라는 장기적이고 불확실한 영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산, 그리고 양자 산업이라는 선택
2021년 이후 부산의 현실에 대한 고민은 양자컴퓨팅이라는 해법으로 이어졌다.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구조, 청년 유출, 제2도시로서의 역할 상실. 김 대표는 “부산에 새로운 산업 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연세대 협업을 검토했지만, 제도적 한계를 확인한 뒤 결국 스스로 책임지는 길을 택했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그 결론이 KQC였다.

숫자가 아니라 판을 보는 이유
김 대표는 양자 산업에서 숫자에 대한 집착을 경계한다. 큐비트 개수, 칩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위에 어떤 데이터와 인력이 올라가느냐다. 그는 양자내성암호, AI와의 결합을 통해 양자를 ‘산업에서 쓰이는 계산’으로 만들고자 한다.
AI와 양자는 대체 관계가 아니다. AI는 알려진 영역을 빠르게 계산하고, 양자는 아직 사람이 들어가 보지 못한 영역을 탐사한다. “육지에서는 자동차가 빠르지만, 바다를 건너려면 배가 필요하듯이 계산에도 지형이 다릅니다.”

끝까지 버티는 구조
김 대표가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율성과 책임, 그리고 견디는 힘이다. 지시를 잘 따르는 사람보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버틸 수 있는 사람. 단기 성과보다 긴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 그가 창업가들에게 남긴 말은 단순하다. “성공하는 사람보다,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결국 산업을 만듭니다.”

김준영 대표의 이력은 화려한 기술 경력의 나열이 아니다. 산업과 구조를 읽어온 시간의 축적이며, 그 축적이 지금 KQC라는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기술은 바뀌어도 구조는 남고, 유행은 사라져도 판은 이어진다. 그가 여전히 양자라는 불확실한 영역 한가운데 서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출처 : 인공지능신문(https://www.aitimes.kr)